2009년 4월 23일 목요일

경주 다녀오다..ㅡㅡ;

어제가 큰 애 수학여행 떠나는 날이었다. 월요일부터 아파서 학교도 못가고 앓더니 어제도 결국 자리보전... 여행을 포기해야 하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그까짓 경주, 아무때나 가면 된다고 달래봐도 친구들과 여행을 못가는 것이 영 서러운 모양이었다. 하루만 집에서 더 쉬어 보고 나으면 데려다 주겠다고 달래 놓았는데...

3박4일 일정의 2일 째인 오늘, 아이 상태는 조금 나아지긴 했는데, 말이 쉽지... 경주를 어찌 데려다 주나. 더구나 맞벌이 부부가..;;;  하지만 출근해서 오전에 근무를 하다가 아무래도 오후에 반차를 내고 애를 데려다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한달이나 이전부터 수학여행 간다고 용돈 가불 받아서 (사실은 미션 성취하면 주는 도장을 가불 받음;;) 사 놓은 가방이며 친구들과 이것저것 의논해 놓은 것이며, 무척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난데없는 감기 덕에 생애 첫 수학여행을 못 가게 되어 버린 아이를 생각하니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었다.

대강 인터넷 지도 찾아 보니 경주까지는 4시간 반 정도 걸릴 듯. 급한 일 대강 처리한 후에 회사를 나섰다. 집에 가서 아이를 태우고 1시 50분 경에 출발... 차를 몰고 나서니 정말 날씨가 좋다. 어제까지는 비가 와서 우중충했었는데 오늘은 화려한 봄날이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가 생각해 보니, 내가 왜 차를 몰고 나섰나 싶다. 그냥 KTX타고 갔다 오면 책을 보던지 잠을 자던지 훨씬 편할텐데..;;;; 급한 마음에 차 타고 갈 생각만 하다니..ㅠㅠ

뭐 그래도 그럭저럭 꽤 빨리 달려서 4시 경에 동대구분기점에 도달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회사에서 프린트해 놓은 지도는 까먹고 책상에 두고 나왔는데, 네비게이션은 고장이라 대강의 경로만 확인이 가능한 상황. 경주 가는 길이라 뭐 큰 문제는 없겠지 싶었다. (하지만 사실 경주는 20년 전에 기차타고 가본 것이 마지막이고, 경북 문경 이남 (대구 등등)은 내가 운전해서 가본 적도 없다. 사실 대구도 한 번 밖에 안가봤다는... ) 대강의 경로만 제시해 주는 네비게이션은 고속도로를 갈아탈 지점만 텍스트로 표시를 해주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동대구분기점"이었다. 계속 경부고속도로인데 왜 분기점이지? 하고 생각하면서 분기점을 별도로 표시해 놓은 걸 보니 거기서 갈라져서 나가라는 말인가 보다라고 혼자 멋대로 추측해 버렸다.

동대구 분기점에서 4시경에 갈라져 나온 직후 매우 흉흉한 분위기가 갑자기 느껴지기 시작했다. 표지판에 온통 밀양과 부산만 나타나기 시작한 것...;;; 경주는 어디간 거지? 그제서야, 그 분기점에서 갈라져 나오면 안되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 지도에서 보듯이 동쪽을 향해 달려 갔어야 마땅한 길을 남쪽으로 저렇게나 내려 온 것. (빨간 펜으로 표시한 것이 오늘 나의 경로) 서울서 경주가는 데 경남 땅을 거쳐 가다니...ㅠㅠ  별 수 없이 밀양IC에서 빠져나와 요금계산하는 아가씨에게 오리지널 서울 발음으로 "그런데요.. 경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으...;; 씩씩한 경상도 아가씨 "저기 울산 언양 쪽 길로 가셔서요 서울산IC로 가시면 되요"

흠.. 지도도 없고 밀양에서 울산이 어디쯤인지 도무지 감도 안오는 상황에서 그저 그 아가씨 가리키는 길로 접어 들었다. 가까울 줄 알았던 길이 갈 수록 산길로 접어 드는데다가 가다 보니 이건 완전 첩첩 산중이다. 잘 못 왔나 싶어서 차를 돌려 돌아가다가 다시 동네 아저씨에게 길을 물어 보니... 참으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첩첩산중을 다시 가리키며 그 쪽에 있는 터널로 한참을 가야 한다고...

다시 차를 돌려 24번 국도를 따라 하염없이 가다 보니 공사중인 듯한 터널, 또 이어지는 긴 터널이 드디어 나왔다. 그러니까... 밀양과 울산 사이에는 높은 산들이 있는데 거기에 이런 긴 터널을 뚫어 놓은 거였구먼... 흠흠... 위 지도의 신불산 간월산 재악산이 그것들이었나 보당.... 우여곡절 끝에 서울산 IC를 찾아서 경부고속도로를 거꾸로 타고 다시 경주를 향하여 출발...ㅠㅠ

한 1시간 여를 길에서 낭비한 듯 하다. 5시에 들어갔었어야 맞을 경주에 6시를 넘겨서 도착. 그래도 경주 안에서는 어렵지 않게 숙소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 불행 중 다행. 저녁을 먹고, 7시 넘어 오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 온 담임선생님께 아이를 맡기고 다시 서울로 출발.

올라 오는 길은 어둡긴했지만 차도 많지 않고... 3시간 반만에 서울에 도착 ㅡㅡv 집에 들어오니 10시 50분. 회사를 나선 것이 12시 50분이었고 집을 나선 것이 1시 50분쯤 되었으니 대략 9시간에 한반도를 왕복 종단했다고나....;;;; (밥먹은 한 시간은 빼야 하나...) 엑셀레이터를 너무 밟아 대서 무릎이 시큰시큰하다..ㅠㅠ

댓글 3개:

  1. 천년이 살아 숨쉬는 경주 다녀 오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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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한성민 - 2009/05/01 22:43
    천년이 살아 숨쉬는 경주에 고작 한시간 있었다지요.ㅠㅠ 전 사실 경주에서 좀 천천히 여행을 하고 싶은데 - 거의 20년 전에 친구랑 경주 여행갔을때 정말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요 - 기회가 잘 안되네요. 작년에도 가려다가 생각만으로 그치고..ㅎㅎ

    그런데.. 경주분이신가봐요.^^ 나중에 정말 경주 여행할 때 님 글들을 참고해봐야 겠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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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아름다운 호안
    호안의 아름다움 현대 조경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현대인의 시각에 맞추어 자연그대로의 아름다움에 현대 조경기술을 플러스해서 휴식공간으로서의 최적 조건을 주고 있다. 아름다운 호안을 둘러 보면서 몇장 담아 봤다. 무르익은 봄과 함께 여유로운 산책인들과 호안은 절경을이룬다. 이 모든 아름다운 호안은 현대 조경기술의 산물이다. 사진을 크릭하면 크게볼수 있습니다. 열기구인지 애드밸륜인지 모르지만 아름다운 건축물과 잘 어울리는 경치 였습니다. 힘차게 내뿜는 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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