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일 수요일

[공연] 앙상블 디토 리사이틀 <디토 플러스> 2008년 6월28일

일단 재미있어 보이는 공연이었다. 원래는 저녁 공연만 있었는데, 관객이 몰려서인지 오후 2시반 공연을 나중에 오픈했고, 클럽발코니의 문자를 받고 들어가 봤다가 괜찮은 합창석 자리가 있길래 예매를 했다.

공연 시작전 예당 콘서트홀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20대 여성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데리고 온 30대 아줌마들도 꽤 많았다. 별 관심없는 표정을 한 남자친구를 데리고 온 사람들도 좀 있는 듯 하고.... 전국투어를 했는데도, 저녁에 공연이 한번 더 있는데도 이 정도의 인파가 모이다니... 정말 대단한 관객동원력이다 싶었다. 홈페이지도 만들고, 여기 저기 광고와 홍보를 빵빵하게 한 덕분일까.. 용재오닐과 임동혁의 유명세도 한 몫을 했을 듯 싶고...


(출처: 클럽발코니)

스테판 재키와 리처드 용재오닐의 이중주로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용재 오닐의 연주는 여러번 들었지만 처음 듣는 스테판 재키도 만만치 않은 연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종일관 스스로 음악에 취한 듯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고....

이어지는 라주모프스키와 후반의 송어의 연주는 젊은 연주자들 답게 씩씩하고 자신감과 패기가 넘치는 연주였다. (사실 나는 송어의 1-3악장에 거의 집중할 수가 없었는데, 같이 갔던 우리 딸이 배가 아팠기 때문이다. 계속 그냥 나갈까 생각했었는데... 4악장이 시작되자 잠 들어 버렸다...;;;)

앵콜로는 모든 연주자들이 다 나와서 하얀거탑에 나왔던 곡과 Por Una Caveza을 들려 주었다. 라주모프스키와 송어보다 더 큰 환호성을 받은 것 같다...

일부 곡만을 연주한 다른 연주자들과는 달리 스테판 재키와 리처드 용재 오닐은 전 곡을 연주했는데, 나는 스테판 재키의 바이올린이 궁금했었다. 프로그램의 프로필에는 그가 키제베터 스트라드를 쓴다고 나와 있었는데... 키제베터라면 얼마 전 어느 바이올리니스트가 택시에 두고 내려서 화제가 되었던 그 스트라드가 아닌가. 아무래도 저건 스트라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공연 후 크레디아에 문의했더니 1704년 빈센초 루지에리의 악기라고 알려 주었다.

이 공연은 여러가지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클래식 연주자들을 대중적인 스타로 만드는 것을 어느 정도 성공해 온 크레디아가 전력을 다하여 만든 앙상블이 바로 디토/디토 플러스이고, 공연장에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얼마전 다녀간 안젤라 휴이트가 그녀의 홈페이지에서 한국에서 클래식을 즐기는 것이 cool하다고 인식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당히 근거있는 발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왜 꼭 이 멤버들이었을까 라는 생각에서 부터... 과연 디토의 팬이 되어 버린 관객들 중 얼마나 앞으로도 꾸준히 클래식을 들을까라는 의문까지...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매우 시니컬하게 본다면.... 20-30대 경제력있는 여성들의 시장(segment)을 타겟으로 잡고 심리 분석까지 완벽하게 마친 기획사의 마케팅 전략이 꽤 성공적이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즉, 대중음악 스타는 이제 질렸고... (이제 나이도 먹었고...), 뭔가 경제적으로 계층적으로 차별화되고 싶어하는 심리에... 꽃미남에, 영어 잘하는 교포, 거기다가 주로 신동 출신의 연주자라는 '상품'.. 그것도 묶음 판매는 성공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 segment와 이 맞춤상품은 과연 롱런할 수 있을까? 과연 꽤 괜찮은 이익을 꽤 오랫동안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경영학을 쓸데없이 오래 공부하기는 했지만, 내내 마케팅 또는 전략 같은 과목을 엄청 싫어했었기 때문에... (생각해보니 인사관리도 싫어했다... 그럼 남는 건 숫자로 답 나오는 과목 밖엔 없넹...ㅡㅡ;;) 그런 질문에 사실 크게 관심은 없다. 그보다는, 이런 방식으로 클래식 인구의 저변 확대는 일어 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은 좀 든다.

연주 시작 전에 디토의 모습을 담은 영상들을 슬라이드로 보여 주었고, 공연 예절을 살짝 우스꽝스럽게 적어서 보여 주기도 했었는데, 실제 공연에서는 '지시대로' 악장 간의 박수는 없었지만, 일부러 하는 듯한 엄청난 기침 소리와 그 기침 소리를 듣고 키득대는 웃음 소리 때문에, 나는 "차라리 박수를 치는게 낫겠다...."라고 생각을 했었다. 관객들의 상당수가 기호품을 소비하는, 그리고 그 소비의 순간을 즐기는 소비자들처럼 느껴졌었다. (그저 선입관일까...?) 사실 다른 사람들이 그러건 아니건, 어떤 목적으로 공연에 왔건, 나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긴 하지만... 뭔가 방해받는 느낌에 나까지 덩달아 별로 음악 자체에 진지하지 않은 자세로 바뀌어 버리는 것 같았고 그것이 조금 불편했다.

(사실 상당 수의 클래식 애호가들은.... 뭔가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인 것 같기는 하다. 클래식을 좋아하면서 평범하게 사회생활하는 것이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닌 듯...?)

그건 그렇고..... 연주자들 각각의 기량은 모두 훌륭했다. 앞으로도 다들 좋은 연주자들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을 가져본다.

(이 글에 제목 달려고 공연명을 찾아봤다가 이제서야 발견한 것인데, 왜 공연명에 "리사이틀"이 들어갔을까? 연주곡 중에 독주곡은 한 곡도 없었는데 말이다. 앙상블을 한 팀으로 보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는 건가? ㅡㅡa)


프로그램

Mozart_ Duos for violin and viola G major K.423
모차르트_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2중주 K. 423 
Stefan Jackiw (Vn) / Richard Yongjae O’Neill (Va)
I. Allegro        II. Adagio        III. Rondeau, Allegro 

Beethoven_ String Quartet No. 9 in C major, Op. 59, No. 3, "Rasumovsky"  
베토벤_현악4중주 9번 '라주모프스키’에게 바치는 노래
Johnny Lee (Vn1) / Stefan Jackiw (Vn2) / Richard Yongjae O’Neill (Va) / Patrick Jee (Vc) 
I. Introduzione: Andante con moto - Allegro vivace 
II. Andante con moto quasi allegretto 
III. Menuetto: Grazioso 
IV. Allegro molto    

INTERVAL 

Schubert_ Piano Quinter in A major Op. 114, "Die Forelle" 
슈베르트_피아노 5중주 송어
Dong-hyek Lim (Pf) / Stefan Jackiw (Vn) / Patrick Jee(Vc) 
Richard Yongjae O’Neill (Va) / Daxun Zhang (Db)
I. Allegro vivace 
II. Andante 
III. Scherzo: Presto 
IV. Thema With Variations: Andantino 
V. Finale: Allegro giusto    

댓글 2개:

  1. 오늘 아침에 발견한 기사.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8/07/03/315256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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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여러 코드를 잘 잡은 기획이지요. 클래식의 대중화? 와 함께, 젊고 스타일 있고, 외국물 좀 먹고..(이건 뭐.. 한 10년 전 가요계의 흐름과 비슷하네요? 여기서의 외국물은 영어권, 정확하게는 유럽/미국권이겠지요? 동남아는 아닐테니..) 그런 젊은 오빠들을 패키지화 했고, 타겟은 한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의 주머니도 좀 차있고, 허영심도 좀 있고, 와인과 클래식을 비롯한 문화생활의 컴플렉스에 차있지만 심도있는 클래식은 골아프고, 듣기도 괴롭고..(이건 저랑 비슷하군요..) 뭐 이런 층이 타겟같아요.



    물론, 연주자들이 실력도 갖췄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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