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9일 금요일

[공연] 타카치 콰르텟 & 손열음, 6월18일

공연 운이 안따라 주는 올해.... 간만에 기다리던 공연을 별 탈 없이(?) 볼 수 있었다.

LG아트센터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북적북적. 아무래도 타카치 콰르텟보다는 손열음양의 인기 덕이 아닌가 싶다. 관객들의 분위기도 그렇고..^^

 

(아래 사진은 어제 공연 사진은 아니고 이전 사진인 것 같다. 아마도 반클라이번 콩쿨 때 브람스 연주했던 사진이 아닐까 추측... 어제 손열음양은 붉은 상의에 검은 바지를 입고 나왔었다. 출처: 연합뉴스)

 

프로그램:

하이든 현악4중주 Op.77 No.2 "로브코비츠"
바르토크 현악4중주 No.4, Sz91
Intermission (20분)
슈만 피아노 5중주 Op.44 (손열음 협연)

 

물 흐르듯이 시작한 하이든. 모차르트나 하이든의 현사에서 그렇듯이 퍼스트 바이올린의 비중이 매우 높은 곡이어서 계속 시선이 퍼스트인 에드워드 듀슨베리에게로 향하게 된다. 퍼스트는 아주 안정적인 연주인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나머지 멤버들의 연주가 탄탄하게 곡을 지지해 준다. 2악장에 들어서면서 통통튀는 스타카토, 마르카토의 향연이 눈부시다. 듀슨베리의 연주도 물이 올랐다. 매우 서정적이면서 아름다운 3악장에서는 분명 누구도 약음기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콘 소르디노를 하는 듯이 부드럽고 조화로운 음색을 들려 주었다.

 

두번째 곡인 바르토크는 타카치만의 색깔을 느낄 수 있는 곡이었다. 악장마다의 특징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해석과 멤버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스스로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연주를 끌고 가는 모습도 멋졌다. 아름다운 3악장과 피치카토로도 이렇게 다양한 음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4악장, Jazzy한 느낌으로 헝가리풍 선율을 보여준 5악장, 등 흥미진진한 연주였다.

 

마지막 슈만에서는 관록있는 타카치 멤버들에 손열음양이 같이 나와 연주를 시작했다. 피아노는 현악기들과 보기드물게 잘 어우러졌다. 타카치 단원들과 눈을 맞춰가며 (페이지 터너도 없이 악보를 휙휙 넘겨가며;;;) 앙상블을 이루는 손열음양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 그녀는 실내악에도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슈만의 피아노 5중주는 곡 전체에 슈만에 '이건 내 곡'이라고 적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만큼 너무나 슈만스럽다. 예전엔 슈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니면 전혀 관심이 없었거나..) 전에 교향곡 1번 연주에 참여해 본 이후로 슈만에 호감이 생긴 듯 하다. 낭만주의적인 아름다움이 주조를 이루면서도 특유의 불안함과 변덕스러움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슈만의 곡들은 그의 인생과도 닮아 있는 것 같다.

 

타카치와 손열음의 연주는 3악장과 4악장으로 활기차게 이어져 멋지게 마무리되었다. 관객들은 열렬하게 환호와 박수를 보냈지만, 여러번 이어지는 커튼콜에도 앵콜은 없었다. 아마도... 피아노 5중주곡으로 끝났기 때문에 앵콜곡 고르기가 쉽지 않아 준비를 안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타카치 콰르텟(Takács Quartet) 사이트: http://www.takacsquartet.com


에드워드 듀슨베리(Edward Dusinberre) / 바이올린
카로이 슈란츠(Károly Schranz) / 바이올린
제랄딘 월더(Geraldine Walther) / 비올라
안드라스 페어(András Fejér) / 첼로

 

타카치 과르텟의 오리지널 멤버인 카로이 슈란츠와 안드라스 페어는 무척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 연주자들이었다. 연주도 그에 어울리게 했는데, 슈란츠는 세컨바이올린의 모범을 보여주는 듯 시종일관 안정적이고 탄탄한 연주를 들려 주었고, 페어의 첼로는 즐겁고 재미있고 때로 유머러스한 분위기였던 것 같다. 바르토크 3악장에서는 매우 서정적인 선율을 들려 주기도 했지만. 유일한 여성 멤버이며 가장 최근에 콰르텟에 들어온 제랄딘 월더의 비올라도 정말 좋은 연주였다. 튀지 않으면서도 비올라 파트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는데, 슈만 피아노 5중주에서 들려 주는 강렬한 비올라 선율들이 인상적이어서 솔리스트로도 매우 훌륭한 비올리스트이지 않을까 싶다. 에드워드 듀슨베리의 리더쉽도 다른 멤버들과 조화를 잘 이루었던 것같다. 콰르텟에서 퍼스트 바이올린의 역할이야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인데, 그의 경우는 혼자 먼저가는 리더가 아니라 다른 멤버들과 같이 가는 부드러운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댓글 7개:

  1. 예전에는 슈만이 정말 생뚱맞고 어딘가 정신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해하기도 힘들었구요.. 하지만 지난학기 실내악 시간에 슈만의 피아노 트리오를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슈만 정말 좋아해요.. op.44 피아노 퀸텟 정말 좋아하지만 op.47 피아노 콰르텟도 정말 좋은것 같습니다. 특히 3악장이 정말 유명하죠.. 주변을 둘러봐도 op.47 3악장 안좋아하는 사람은 없는것 같습니다. 요즘 상처받는 일이 많아서 그런가요.. 브람스나 슈만을 듣고 있으면 그냥 누가 쓰다듬어주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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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손가락쟁이 - 2009/06/21 14:36
    네 저도 생뚱맞고 제정신 아닌 사람 음악같다고 생각했었어요 ㅎㅎ 브람스나 슈만이나 스스로 참 힘든 인생을 살았던 사람들이어서 그럴지도요... 말씀하신 슈만 곡들은 그래도 나름 좋았던 시절에 쓴 곡들이라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느껴지면서도 긍정하려고 노력하려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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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들은 첼로가 가운데에 있네요..

    이런 배열도 괜찮을것 같아요..

    (역시 연주외적인 요소에 더 관심을 보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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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동글맘 - 2009/06/29 13:09
    가운데 계시면 시선 집중될까봐 그러시는 거죠? ㅎㅎㅎㅎㅎ 우리도 담엔 첼로를 중앙으로 보내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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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비올라 소리가 특별하게 크지 않은 이상 첼로를 가운데로 보내는것은 약간 음향적인 면에서 불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학년때 쇼스타코비치 콸텟을 하면서 한번 시도해 봤는데 확실히 비올라 소리가 죽기는 하더라구요,, 간혹가다가 비올라가 바깥으로 나와도 첼로보다 큰 소리를 내는 연주자들도 있습니다ㅋㅋㅋ 참 신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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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손가락쟁이 - 2009/07/01 11:07
    흠.. 그럼 저는 바깥으로 나가면 안되겠네요..

    소리 크게 내주는 비올라 너무 부러워 하고 있어요..

    제 비올라 때문인지, 연주하는 제가 소심해서인지...

    원인이 뭔지 대충 짐작이 가지만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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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손가락쟁이 - 2009/07/01 11:07
    역시 비올라는 가운데로 모셔야 할까요.. ^^;;

    제랄딘 월더의 비올라 소리는 매우 크고 멋졌습니다. 앙상블도 잘 어우러지면서도요. 그래서 원하는 데로 배치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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