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22일 토요일

도쿄에서 헤매기... 산토리홀... 그리고 베를리오즈

어제로 회사의 컨퍼런스가 끝나고, 오늘은 하루 더 있는 사람들은 후지산 근처 어드메로 가서 관광을 한다고 하고, 서울에서 같이 온분들은 낮에 서울로 돌아갔습니다. 후지산 근처로 따라갈까 하다가... 별로 친하지도 않은 미국애들과 영어쓰면서 친한척해야 하는것도 이제 그만하고 싶어서^^;; 혼자 떨어져 나왔습니다.


일단 첵아웃을 하고, 호텔에서 전철역까지 10분이라는 말을 들은지라... 가방을 메고 끌고 역을 향하여 걷기 시작했습니다. 꽤 걸은 듯 싶은데... 역이 안나오더군요. 그래도 , 동네가 아기자기하니 이뻐서 기분좋게 걷고 있었는데..... 점점 음.. 뭔가 이상하다 싶더군요. 제가 원래 시계를 안차고 다니는데다가, 로밍을 안해간 연유로.... 휴대폰도 불통이라,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수가 없었는데.... 역에 도착하니....헉. 40분을 걸어왔더라구요. 음. 이게 차로 10분이란 얘기였나...ㅜㅜ 아님 내가 지나치게 다리가 짧은걸까.....ㅜㅜ


아무튼, 그리하여, 다음 숙소로 이동... 좀 놀다가 다시 나와서 이케부쿠로의 토큐한즈에 갔습니다. 별거별거 다 팔더군요. 메이드 코스튬 같은 것도 팔길래... 예전 웰백님이 관심을 보이던 사진이 생각나,,, 선물로 살까... 하다가 돈이 없어서 관뒀습니다.^^;; 꼭대기 층의 고양이 동물원 비슷한 곳에 가서 이쁘고 통통한 아해들과 좀 놀아주고 .... 다시 록본기로 출발.


록본기에서의 예정은 일단 산토리홀에가서 오늘 저녁 공연을 예매하고, 록본기힐에 있는 바비웨하스 가게에 가서 럭셜안식님이 부탁한 과자를 사는 것이었습니다. 5:30부터 표를 판다기에 좀 기둘려서 표를 사고, 지도를 구해서 록본기힐의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음.. 한 15분 걸으면 되겠더군요. 방향을 잡고 또 걸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역시 시계가 없죠. 한참을 걷다보니.. 참의원이 있는 건물도 나오고..ㅡㅡ;; 음.. 이건 아닌데.. 알수 없는 전철역이 눈앞에 보이더군요. 헐... 지도를 다시확인해 보니, 방향이 약간 어긋나, 다른 길로 접어들었었던 거였습니다.. 헉... 배두 고픈데ㅠㅠ 근처의 편의점에서 일단 삼각김밥과 커피를 사고, 도로 산토리홀로 돌아갔습니당.. 시간관계상 그제사 방향을 바꿔 록본기힐로 가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 나중에 시간을 보니 길에서 1시간을 왔다갔다...;; 에고 다리야....


산토리홀 앞에서 김밥과 커피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 후;;; 공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엄청난 노력을 들여서 최고의 음향시설로 설계된 공연장이라지요.. 공연장 자체가 마치 하나의 커다란 악기처럼 공명한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를 들어온 터라... 동경에 가면 꼭가봐야지 했었더랬습니다. 오늘은 오...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 이게 웬떡이냐....)의 연주.. 프로그램은 베를리오즈의 극적교향곡 로미오와 줄리엣. ...


흠... 베를리오즈의 로미오와 줄리엣도 있었던가...;;;;; 차갑석님과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혹은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해가 되는데...ㅡㅡ;;;; 베를리오즈... 엄청 친한 작곡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환상교향곡... 표제음악.. 밖에 아는게 없었더군요. 공짜로 주는 프로그램을 대충 훑어보니, 합창단에, 독창도 3명이나.... 이거... 머야. 베토벤 9번 교향곡에 대한 오마쥬인가? 흠...모두 7악장으로 되어있더군요.


무대는 별로 크지 않아서 합창단에 오케까지.. 꽉차서... 잘못하면 악장이 연주하다 객석으로 떨어지겠더군요^^;; 전 앞에서 두번째 줄, 비올라 코앞에 앉아서 봤습니다. 1악장은 몸이 덜풀리셨는지. 약간 잘 안맞는 느낌...그런데,, 오호... 이거 장난 아닌 곡이더군요. 전화번호부만한 지휘자의 총보를 가져다 놓을 때 이미 예상을 했지만, 거의 2시간 가까이 인터미션없이 진행된 곡을 지휘하던 카즈시 오노는 연미복이 다 젖어 버리고... 정말 땀이 뚝뚝 떨어지더군요.


연주자들도 점점 곡에 몰입해서.. 정말 진지한 좋은 연주를 보여주더군요. 저에게 상당히 낯선 곡이었는데도... 게다가 어제 4-5시간밖에 못자고 오늘 종일 계속 걸어다녀서, 사실 아마 연주회에서 자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더군요. 머.. 표제음악의 창시자 답게, 음악이 알기쉽기도 했습니다만.... ^^;; 글구 공짜로 주는 프로그램에 전곡의 불어가사와 일어 해석 (음.. 그나마 불어가 좀 낫습니다ㅜㅜ) 가 들어 있어서 좋더군요. 해석이 잘 되어있는지는 전혀 알수가 없지만요^^;; 하여간,,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일본에선, 국내 오케의 정기연주회에 이렇게 관객이 많이 오는구나.....전혀 대중적이지 않은... 그것도 이렇게 대곡의... 연주인데도.... 하는 생각에 부럽더군요... 사실 국내오케 연주는 늘 있으니, 담에가지뭐.. 하면서 자주 못가고 있었었는데,, 역시 자주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 부러웠던 점은. 관객들의 연령층이 었습니다. 울나라 공연을 다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관객들은 대충 2-30대입니다. 말하자면, 먹고 살만해진 시대에 태어나 문화를 향유하는 법을 배운 세대들이죠. 가끔 유명공연들에 지긋하신 분들이 꽤 보이기도 하고, 백건우씨 처럼 고정팬이 있는 스타의 공연에 아줌마들이 많이 오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젊은 층입니다. 사실 연주자도..... 다 젊죠. 오케단원분들도 2-30대 (것두 초반)로 구성되어 있죠.. 그런데, 오늘 공연의 관객은 20대 아가씨, 10대 고등학생부터... 70-80된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정말 다양하더군요. 어느 연령대가 많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요. 음.. 연주단원분들도 우리나라 보다는 연령대가 더 높아 보였구요. (성별도 다양해 보였군요^^) 클래식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더 다양한 것일까요....


하여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아... 오후에 도큐한즈에 갔을때 1층에 악기를 아주 조그맣게 만들어놓은 것을 팔더군요. 기타, 바이올린, 플룻, 색소폰 등등... 그런데;;; 헉,, 비올라 다감바의 모형도 있더군요. 일본에선 비올라다감바가 이렇게까지 대중적인가... 100엔씩 하던데.. 살까 말까 하다가... 그냥 나왔습니다^^


전철타고 돌아오는데... 음악듣는 내내 느끼지 못했던.... 엄청난 피로가 몰려오더군요. 다리가;;; 무릎이;;; 엄청 아프네요. 내일부턴 가족들과 합류해서 여기저기 다녀야 하는데,,, ㅜ_ㅜ 오늘 넘 많이 걸었엉.....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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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일본 여행 중에 바친기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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