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16일 화요일

이제 1년이 다되어가네...

바이올린을 배워야 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시작한지 일년이 되었다. 이렇게 열심히 하게 될 줄은 스스로도 전혀 몰랐었던 일이다^^


재미있게 살자... 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 것들 중의 하나가 바이올린이었다. 20대말에서 30대 중반까지... 도무지 어떻게 지내왔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사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기 보다는... 어떤 목표의식이나, 명확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늘 매사가 확실하지 않은 채로, 하지만 어쩌다 보니 이리저리 휩쓸려가면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뭘 하고 있었는지, 왜 그러고 있었는지가 스스로도 아리송한 것이다.


결혼하고, 회사에 다니고, 아이를 낳고, 여러가지 복잡한 회사일, 그리고 아빠... 게다가 유학까지...


유학 역시 생각해보면 인생을 재미있게 살아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일 중의 하나 였는데, 그 과정이 별로 즐겁지 만은 않았었다. 그래서 더더욱, 그런 돌출행동 외에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 보자는 생각이 들었는것도 같다. 그 중의 하나가, 바이올린...


긴 해외 생활을 끝내고 (길어봐야 2년 반도 안되었긴 하지만) 서울로 복귀하고 나서 한 것이 피아노를 사는 일이었다. 피아노가 그렇게 치고 싶었다.... 사실 잘... 치고 싶었는데, 고등학교때 그만둔 내 피아노 실력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 국민학교 시절의 실력으로 돌아가 있었다. 뭐... 그래도 피아노를 치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여러가지 악기를 배우는 일을 하고 싶었다. 클라리넷을 배우고는 싶었으나... 학원을 다닐 일이 걱정이 되었었고...


그러다가 바이올린을 공.짜.로 가르쳐 준다는 유스트링을 발견했다. 내가 바이올린을 결정적으로 시작하게 된 점에 있어서는 유스트링에게 큰 감사를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바이올린을 사는 것은 별 문제될 것이 아니었지만, 학원이나 선생님을 알아 본다는 것은 정말 귀찮은 일이어서, 그 당시에 계속해서 망설이고 있었었다. 그런데, 공짜로, 게다가 별로 쪽팔리지 않게 단체로 가르쳐 준다니... 딱 이거다.. 라는 생각에 바이올린을 지르고^^


3개월 무료 레슨으로 뭐가 되리라는 기대는 안했었고... 이제 슬슬 다른 학원을 알아볼까... 라는 약간의 갈등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역시 귀차니즘 때문에 계속 유스트링을 다니게 되었었다. 그런데... 사람수도 작아지고, 또 조금더 배워 나갈수록...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게 바이올린이었다^^


가을이 되고, 연주회 준비를 시작할 무렵부터는 정말 본격적으로 재미가 있었졌다. 여러가지 곡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하는 걸 보면서 자극도 받고... 이것저것 바이올린에 대한걸 찾아보다가 바친기도 발견...


바친기는 유스트링에 이어 내 바이올린 사랑을 활활 타오르게 만든 또하나의 자극이었다. 와... 바이올린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여기 이렇게 많은 정보들이 있다니...  정말 지난 몇달간, 무지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이 모두 바친기 덕분이었다^^


이러저러해서... 악기도 바꾸고... 사고... 바이올린 자체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연습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1년이 정말 금방 지나갔다...


그런데 왜 실력은 아직도 그 모양일까.... 매일 30분-1시간의 연습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던가.... 정말 나샘 말대로 한 10시간 연습해야 되는 걸까^^

----------------------------------------------------------------- 2006/05/16 09:52

바이올린을 배운지 1년이 되어갈 즈음에 적은 글.. 지금은 2년이 넘었으나.. 실력은 역시 제자리 걸음이다..ㅠㅠ

2006년 5월 9일 화요일

레이블에 관하여....

바친기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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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레이블 읽는 법에 관한 글입니다. 악기에 스트라디바리라고 쓰여져 있던데 혹시 내 악기가 그 유명한 스트라디바리...??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적어봅니다^^


http://www.oriscus.com/mi/violin.htm

(이 글에 있는 정보 중 아주 기본적인 정보를 적어 봤습니다. 바친기 회원이라면 이정도는 알고 있어야 겠죠. 아는 만큼 보인다고 누가 그랬죠~~)


f홀을 통해서 바욜린 안쪽을 들여다 보시면, 보통은 뒤판 안쪽에 붙은 종이레이블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만일 영어로 Made in Korea, Made in China... 라고 붙어 있다면, 상황은 아주 분명해집니다. 주로 최근 (20세기 후반이후 정도 되겠죠)에 만든 바이올린이며, 대량생산되었거나, 대량판매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꼭 수제가 아니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만약 레이블이 좀 오래되어 보이면서 악기자체도 소위 '올드'라고 불리우는 것처럼 생겼다면, 먼저 레이블의 내용을 해독해봐야겠죠. 물론, 레이블은 그 바욜린이 진짜라는 증거는 절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욜린의 진위를 판가름하는 수많은 정보 중의 하나이긴 합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스트라디바리는 "Antonius Stradiuarius Cremonenfis; Faciebat Anno 17__" 라고 프린트된 레이블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의 글은 라틴어라고 하는데요.. 의미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크레모나에서, 17XX년도에 만들었음... 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연도의 뒤의 두자리는 손으로 쓰여있게 마련입니다. 이게 사실 가장 보편적으로 무지하게 많은 악기에 붙어 있는 레이블의 형태입니다.


그런데, 바이올린 제작가는 스트라디바리만 있는게 아니죠.. 이태리의 유명한 바이올린 제작도시 크레모나에서는 250여년간 2만명 정도의 luthier가 바욜린들을 무지하게 많이 만들었습니다. 도시하나에서만 2만명입니다... 또,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만든 악기에도 빅토리아 시대에는 스트라디의 레이블을 붙이는 것이 매우 흔한 마케팅기법이었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들 악기들이 스트라디바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게 사기는 아니었구요^^실제로는 아주 잘 만들어져서 요즘 올드 대접을 받는 것들도 있습니다.


자.. 이제 레이블에 붙어 있는 해괴한 랭귀지를 분석하여 봅시다..


용어 사용례
faciebat, fece, fecit or me fecit made 만들어진 me fecit="made me" or "made by"
anno in the year 년도 Faciebat Anno 1723 = "1723년에 만듬."
et and 그리고^^  
in or a in or of (referring to a place name) 장소

a Brescia, 브레시아에서, in Mittenwald 미텐발트에서..

alumnus student of 누구누구의 학생  
nepos descendant of 누구누구의 후손  
nach (German) after, i.e., copy of, or in imitation of ~의 카피.. 따라서 만든...  
sub titulo patron saint ~의 후원으로 sub titulo S.Teresie, or sub tit: Sanctae Teresiae = "Saint Theresa의 후원으로"
Fr. or frater brother of ~의 형제  
filius son of ~의 아들  
라틴어로 쓰여있는 제작자 이름:
  • Stradivarius = 스트라디바리
  • Guarnerius = 과르네리
  • Amatus = 아마티

젤 유명한 세명의 이름이죠^^

흔하게 나오는 지역이름들:
  • Cremonae, Cremonensis, etc. = 크레모나.. 아까 위에서 언급한 이태리의 유명한 바욜린 제작 동네입니다. 이 동네에서 스트라디바리, 과르네리 등등 유명한 악기들이 만들어 졌고, 현재도 유명한 제작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 Mittenwald, Brescia, Markneukirchen, Mirecourt, Venetiis (Venice), Napoli, Milano 이런 도시들이 바욜린 레이블에 많이 등장하는 유명 도시들입니다.

요약하여 말씀드리자면...레이블은 바욜린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을 수 있으므로 읽어보아야 한다. 스트라디바리의 레이블이 붙어 있다고 해서 스트라디바리는 아니다. 한때는 그렇게 레이블을 붙이는것이 일반적이기까지 했다...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Made in Germany (or Hungary, Italy, Czechoslovakia, etc.)라고 쓰여 있는 레이블에 관해서...

 

1891년 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는 원산지 표기가 의무화 되었고, 1914년 이후에는 "Made in~"이라는 표기가 의무화되었습니다. 1921년에는 모든 나라이름도 영어로 표기되어야 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Made in Italia는 1921년 이전에 제작되어 미국으로 들어간 악기이고, Made in Italy는 1921년 이후 악기일 수 있겠죠^^ 독일의 경우에는 "Made in Germany"는 1921년에서 2차대전까지 만들어진 악기일 것이고 "Made in West (or East) Germany"는 2차대전이후 부터 독일통일이전까지의 악기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표기들은 이 악기들이 미국시장으로 수입된 악기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악기에 스트라디나 과르네리의 레이블이 붙어 있으나, 뒤에 Made in Germany라고 되어 있다면.. 일단 20세기의 대량생산 악기라는 생각을 하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20세기 초라고 해서 대량생산 악기들만 있는 건 아닐테구요, 당연히 그 시절에도 훌륭한 악기들이 만들어 지고 있었겠죠. 또 그시절의 대량생산 방식으로 만든 악기들이라도, 일부 지역에서 생산된 악기들은 상급용 바욜린으로 손색없는 제품들이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