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6일 화요일

3월4일 바흐 "마태수난곡" 드레스덴 필하모니ㆍ성십자가 합창단

 

[사진출처: 동아일보 http://kr.news.yahoo.com/show_img.html?img_url=http://img.news.yahoo.co.kr/picture/10/20070307/2007030703015397410_060321_0.jpg]

비가 조금씩 내리는 일요일 이른 오후. 공연자에 대한 공부도 안하고, 곡에 대한 공부도 별로 안하고 집을 나섰다.. 마태수난곡은 예전에 CD로 들어봤지만 크게 감동을 받거나 하진 못했었다.


비 내리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나무냄새가 나서 좋았다. 슈만과 클라라에서 단체구매한 것이라 슈클 회원인듯한 사람들이 양옆에 앉았다. 별로 아는 사람이 없어서 8,000원이나 주고 산 프로그램만 읽고 있었다.


무대에서는 베이스 주자와 튜닝을 하고 있었고.. 조금 후 단원들의 입장이 시작되었다. 귀여운 꼬마들이 줄줄이 입장^^ 지윤이 나이 정도 밖에 안되어 보이는 독일 꼬마 남자애들이 합창석에 자리를 잡았다.


1부.. 장엄한 합창으로 시작. 알토와 에반젤리스트의 노래가 좋았고 합창도 멋졌다. 자막이 위에 나와서 내용 이해가 잘 되니 더욱 좋았다. 예전에 씨디로 들을 때는 해설지에 그것도 영어로 된 가사를 보느라 잘 이해도 안되었던듯...ㅡㅡ;; 1부 내내 어딘가에서 나는 향수 냄새때문에 머리가 아팠고, 옆 자리에 앉은 사람들도 신경이 쓰였다. 마지막엔 잘 집중이 안되었당... 이넘의 향수냄새가 나한테서 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했다..ㅜㅜ


2부.. 정말 아름다운 아리아들이 많았고... 바흐의 음악이 이런 것이구나.. 이렇게 예수의 수난을 음악으로 그것도 이렇게 극적으로 표현할 수가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히 마태수난곡 악보를 사서 보리라^^;; 결심. 1부때 옆자리에서 신경이 쓰이게 만들던 사람들이 다 다른 자리로 옮겨가서 상당히 쾌적했지만, 향수 냄새는 계속 났다...ㅠㅠ


마지막 나의 예수여 편히 잠드소서.. 라고 노래하는 합창단원들... 감동.. 마지막의 안다박수와 브라보만 아니었다면 정말 그 감동이 오래지속되었을 텐데.. 어떻게 그런 만행을... 이라고 분노하게 만드는 박수소리였다. (사실 2부 중간에 두번의 핸드폰 벨소리도 정말 짜증 났다.. 알토의 레치타티브를 완전히 망치고 말았다..ㅠㅠ)


곡이 끝나고... 박수를 조금 치다가 나왔다.. 집에 빨리 가야 하기도 했고..;; 하지만, 계속 그자리에 앉아서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주차장에서 라디오를 켜니, 중계방송이 되었던 모양이다. 3시간 반의 긴 연주. 그렇게 연주회장이 아니었다면 한번에 듣기도 힘든 곡이지만.. 가길 정말 잘했다는 느낌^^



아래는 연합뉴스에 게재된 공연리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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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마태수난곡'의 마지막 코드가 끝나자마자 터져 나온 박수는 좀처럼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휘자가 합창단원들을 치하하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일으켜 세우자 객석에는 기립박수의 물결이 이어졌다.

   합창단원들이 모두 무대에서 퇴장하고 나서야 박수소리는 겨우 진정됐다. 바흐 음악의 위대함이 승리하는 순간이었다.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드레스덴 필하모니와 성 십자가 합창단의 바흐 '마태수난곡' 연주회에 참석한 청중은 종교를 초월하여 바흐의 음악 속에 하나가 되었다.

   신약성서 중 마태복음의 예수 수난과 죽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곡된 바흐의 '마태수난곡'은 인류가 낳은 가장 훌륭한 종교음악 중 하나로 평가되는 걸작이지만, 연주시간만 세 시간이 넘고 5명 이상의 독창자와 2개의 합창단, 2개의 오케스트라가 필요한 대작이기 때문에 자주 무대에 올리기는 어려운 작품이다.

   그 흔치 않은 걸작이 연주되기 때문인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예술의전당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은 예수의 수난 예언부터 체포까지의 내용을 다룬 제1부와 예수의 재판과 죽음에 이르는 제2부로 구성된다. 제1부가 비교적 서정적이고 명상적이라면 제2부는 매우 드라마틱하고 강렬하다. 그래서 음악이 진행될수록 점차 감정의 폭이 상승해가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지휘를 맡은 로데리히 크라일레는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압도적이고 극적인 효과를 강조하는 해석으로 이 작품의 개성이 충분히 드러나도록 이끌었다.

   지휘봉을 쓰지 않는 그의 유연한 지휘로, 제1부의 도입 합창인 '오라 딸들아'를 비롯한 주요 합창과 아리아에서 바흐 음악의 기저에 깔린 춤곡 풍의 맥박이 더욱 생명력을 얻었다.

   드레스덴 필하모니의 가볍고 날렵한 연주도 바로크 풍의 흐르는 듯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케스트라 주자들은 바흐 당대의 악기로 연주하지는 않았지만, 비브라토를 자제하고 활을 빠르게 쓰는 등 고악기 연주기법을 차용해 가볍고도 투명한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빈소년합창단보다 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드레스덴 성 십자가 합창단은 저성부의 파워가 상대적으로 강해 소년합창단 치고는 두터운 음색을 지니고 있었으나 제1부에서는 다소 힘이 달리는 듯 했다.

   그러나 2부에 이르러 이 합창단의 진가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 외치는 격렬한 군중 합창으로부터 예수의 죽음을 애도하는 여리고 비장한 코랄, 그리고 마지막 합창인 '우리들은 눈물에 젖어 무릎을 꿇고'에 이르기까지 혼신의 힘을 다한 그들의 합창은 듣는 이의 마음속을 깊이 파고들었다.

   5명의 독창자들 가운데서는 예수의 수난 이야기를 전하는 '복음사가' 역의 테너 마틴 페촐트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는 최상의 컨디션은 아닌 듯 했지만, 베드로가 예수를 부인하는 장면과 예수가 모욕을 당하는 장면, 예수의 죽음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울먹이는 듯한 음성과 강력한 악센트, 극도로 가늘고 여린 다이내믹 등을 선보이며 예수 수난의 이야기를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아름다운 바이올린 솔로로 유명한 알토의 아리아 '나의 하느님'과 기품 있는 베이스의 아리아 '예수를 내 마음에 받아들이리라' 등 유명 아리아들의 연주도 매우 훌륭했다.

   물론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드레스덴 필하모니와 성 십자가 합창단의 '마태수난곡' 연주가 완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부적으로 보면 간혹 집중력이 흐트러진 순간도 있었고 잔 실수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예수의 죽음에 강점을 둔 드라마틱한 해석과 고상한 음색, 혼신의 힘을 다한 그들의 연주는 특히 제2부에서 많은 청중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흐의 음악 자체가 주는 감동이야말로 그날의 음악회를 성공으로 이끈 주역이었다.

   국내에서 바흐의 종교음악이 이처럼 환영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말러의 교향곡, 바그너의 음악극, 바흐의 수난곡. 이 작품들 모두 연주 시간이 길고, 연주하기도 어렵고, 듣기도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의 국내 공연 사례로 보면 국내 청중은 오히려 어렵다고 알려진 진지한 음악에 목말라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증명되고 있다. 진실한 음악에 대한 갈증이다.

   이처럼 국내 청중의 욕구가 명확하게 증명되고 있다면 연주자와 기획자는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 가벼운 해설음악회와 교육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진지한 청중을 위한 양질의 클래식 프로그램을 더 많이 개발해야할 때다.

   herena88@naver.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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